1. 줄거리
《다키스트 아워》(2017)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 영국이 독일과의 전쟁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1940년 5월, 윈스턴 처칠(게리 올드만)이 영국 총리로 취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당시 네빌 체임벌린(로널드 피커업)의 유화 정책은 독일의 계속된 침략을 막지 못했고, 결국 그는 사임 압박을 받는다. 당내에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처칠이 새로운 총리로 임명되는데, 그는 곧 프랑스에서 독일군이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포위하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다.
처칠은 내각과 국왕 조지 6세(벤 멘델슨)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하지만, 그의 강경한 대독(對獨) 입장은 동료 정치인들로부터 반발을 산다. 특히 외무장관 핼리팩스 경(스티븐 딜레인)과 체임벌린은 독일과의 협상을 주장하며 처칠을 압박한다. 그러나 처칠은 히틀러와 협상은 결국 영국을 패망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하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한다.
가장 긴박한 순간은 덩케르크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영국군이 독일군에 포위된 상황에서 나온다. 처칠은 민간 선박까지 동원해 병사들을 철수시키는 ‘다이나모 작전’을 감행하고, 이 작전은 기적적으로 성공한다. 이후 처칠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국인들이 싸울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결국 그는 의회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해안에서, 상륙장에서, 들판에서,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영국 국민들의 결속을 다진다.
2. 역사적 배경
《다키스트 아워》는 1940년 5월부터 6월 사이, 영국이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우던 가장 위태로운 시기를 그리고 있다.
1) 유화 정책과 체임벌린의 사임
1938년 당시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히틀러와의 ‘뮌헨 협정’을 통해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점령하는 것을 용인했다. 체임벌린은 이를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유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체임벌린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결국 1940년 5월 사임했다.
2) 처칠의 총리 취임 그리고 내각 갈등
윈스턴 처칠은 1930년대 내내 유화 정책을 반대해 온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보수당 내에서도 그는 신뢰받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불같은 성격과 정치적 실책들(예: 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의 실패)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은 그를 총리로 인정하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았고, 노동당과 자유당이 처칠을 지지하면서 그는 총리로 선출되었다.
3) 덩케르크 철수 작전(다이나모 작전)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독일군의 전격전(blitzkrieg)에 밀려 프랑스 북부 해안까지 후퇴했다. 1940년 5월 말, 영국군 30만 명이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되었고, 독일군이 계속 진격하면 전멸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군함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까지 동원하여 대규모 철수를 감행했고, 예상보다 많은 병력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은 영국의 전쟁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4) 처칠의 연설과 영국의 결속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덩케르크 철수 이후에도 영국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나치 독일은 영국과 평화 협상을 할 것을 암시했고, 일부 영국 정치인들도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처칠은 이를 거부하고 1940년 6월 4일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영국의 항전을 천명했다. 이 연설을 통해 처칠은 영국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고, 결국 영국은 끝까지 싸워 승리를 거두게 된다.
3. 총평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라, 지도자의 결단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게리 올드만은 처칠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처칠이 가진 특유의 말투, 걸음걸이, 제스처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순간들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정치적 음모, 전쟁의 위기, 지도자의 고독 등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며, 역사 속 한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하였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의회 연설 장면은 압권으로, 처칠의 강인한 의지를 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조 라이트 감독은 연출 면에서도 어두운 조명과 밀도 높은 촬영 기법을 활용해 당시의 긴박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의 클로즈업 촬영은 처칠의 내면을 더욱 강조하며, 관객이 그의 감정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보는 이에게 준다.
그러나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일부 드라마틱하게 각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처칠이 지하철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당시 영국 국민들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윈스턴 처칠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리더십을 조명하며,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 영화이다. 비록 일부 각색된 부분이 있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들과 감동적인 장면은 강렬하다. 역사와 정치, 인간의 결단력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