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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비스트(The Beast)' 줄거리, 영상미, 총평

by goodinfowebsite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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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스트


줄거리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더 비스트'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과도 같은 영화다. 영화는 2044년 미래를 배경으로 시작하는데,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 가브리엘(조지 맥케이)이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기 위해 과거 전생의 기억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1910년 파리의 전생인 루이(역시 조지 맥케이)와 2014년의 전생인 조지로 돌아가 경험하게 된다. 1910년의 루이는 상류층 여성 가브리엘(레아 세이두)과 미스터리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강한 끌림과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공존한다. 한편 2014년의 이야기에서는 같은 배우들이 조지와 가브리엘라로 재등장하여 영화 오디션 현장에서 만나게 되고, 이들 역시 서로에게 이상한 매력을 느낀다. 세 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본성, 욕망, 두려움, 그리고 사랑에 관한 복잡한 탐구로 발전한다. 영화는 특히 1910년 파리에서 떠돌던 야수(실제로는 호랑이)에 대한 공포와 2044년 미래의 기술 발전이 가져온 감정 정화라는 두 가지 외부 위협을 통해 인간 내면의 야수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영상미

'더 비스트'의 영상은 각 시대별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하며, 이는 보넬로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증명한다. 1910년 파리는 고전적인 화면비와 빈티지한 색감으로 표현되어 마치 오래된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 시대의 장면들은 우아한 의상과 세트 디자인, 그리고 부드러운 조명으로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함과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대조적으로 2014년의 장면들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촬영 스타일로, 현대 파리의 생생함을 담아냈다. 2044년 미래의 장면에서는 차가운 청색 톤과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감정이 제거된 미래 사회의 무균성을 표현했는데, 이런 시각적 대비가 영화의 주제를 강화한다. 보넬로 감독은 각 시대를 넘나들 때마다 다른 촬영 기법과 색감을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이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감독이 공포와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1910년의 야수에 대한 공포는 직접적인 모습보다는 그림자와 소리, 그리고 인물들의 반응을 통해 더 강렬하게 전달된다. 실제로 야수가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그 존재감은 영화 전체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레아 세이두와 조지 맥케이의 얼굴을 담아내는 클로즈업 샷들은 그들의 감정 변화와 미묘한 표정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내면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속 섹슈얼리티 표현도 직설적이기보다는 암시적이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져, 금지된 욕망의 긴장감을 더욱 강화한다. 빛과 그림자의 사용, 그리고 정교한 구도는 영화 전체에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더하며, 특히 1910년 파리의 살롱과 정원 장면들은 인상파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게 촬영되었다.


총평

'더 비스트'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선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다. 보넬로 감독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의 본성, 욕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이 영화는 분명 모든 관객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느린 전개와 추상적인 스토리텔링, 그리고 명확한 결말 대신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은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도전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적 실험과 깊은 사유를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풍부한 영감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레아 세이두와 조지 맥케이의 연기는 영화의 또 다른 핵심 요소로, 두 배우는 세 개의 다른 시대와 인물을 오가며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세이두는 각 시대의 여성 인물에 미묘한 차이를 두면서도 일관된 신비로움을 유지하는 연기로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맥케이 역시 세 개의 다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특히 1910년의 루이 역할에서 보여주는 내면의 갈등과 두려움은 인상적이다.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과 음악도 주목할 만한데, 니콜라스 베케르의 음악은 각 시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완하면서도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간을 초월한 인간 본성의 불변성에 대한 탐구였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해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두려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 2044년 미래에서 감정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설정은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다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혼란스러워지는 내러티브와 너무 많은 상징과 은유의 사용은 메시지를 다소 모호하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후 며칠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들과 질문들은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선 예술작품임을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 비스트'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개념적으로 도전적인 영화로, 인내심을 가지고 몰입할 준비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보넬로 감독은 상업적 성공보다는 자신만의 비전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집중했으며, 결과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탄생했다. 아트하우스 영화를 좋아하거나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봐야 작품이다. 시간, 운명, 욕망,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극장을 나서게 되는 경험은 분명 값진 영화적 체험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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