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더 파더'는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2020년 작품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 앤서니(안소니 홉킨스)의 시점에서 현실이 어떻게 흐트러지고 왜곡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영화는 앤서니가 자신의 런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딸 앤(올리비아 콜맨)은 아버지를 방문해 그에게 새로운 간병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앤서니는 이전 간병인이 자신의 시계를 훔쳤다고 의심하며, 자신은 도움이 필요 없다고 완강하게 주장합니다. 앤은 아버지에게 중요한 소식을 전합니다. 그녀는 새 남자친구를 만나 파리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앤서니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때로는 앤서니의 아파트가 갑자기 다른 공간으로 변하고, 때로는 앤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전혀 다른 사람(올리비아 윌리엄스)으로 나타납니다. 앤서니는 딸이 이혼했다고 기억하지만, 때로는 그녀가 결혼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앤의 남편 역할을 하는 인물도 계속 바뀌어(마크 개티스와 루퍼트 프렌드) 앤서니와 관객 모두에게 혼란을 줍니다. 앤서니는 자신이 전 무용수였으며 시계를 항상 손목에 차고 다닌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기억도 실제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중반부에서 앤서니는 새로운 간병인 로라(이모젠 푸츠)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처음에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자신이 탭 댄서였다며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계속해서 변하고, 앤서니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는 때때로 자신의 다른 딸 루시에 대해 언급하며 왜 그녀가 방문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루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암시됩니다. 앤서니는 이미 자신의 집에 살고 있지 않으며, 실제로는 앤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앤서니의 혼란은 극에 달합니다. 그는 로라를 자신의 딸 앤으로 오인하고, 간병인(올리비아 윌리엄스)을 낯선 사람으로 공격합니다. 마침내 진실이 명확해집니다. 앤서니는 사실 요양원에 있으며, 영화 내내 보았던 '앤의 아파트'는 실제로 요양원의 방이었습니다. 앤은 파리로 이주하기 전 아버지를 방문했고, 앤서니가 만났던 다른 인물들은 요양원 직원들이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앤서니는 완전히 현실과 단절되어 어머니를 찾으며 울부짖다가, 간호사(이모젠 푸츠)의 위로를 받으며 어린아이처럼 무력하게 눈물을 흘립니다.
감동 포인트
'더 파더'의 가장 강력한 감동 포인트는 치매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만드는 영화의 독특한 구성에 있습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시간, 공간, 인물을 뒤섞어 관객들이 앤서니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을 그대로 경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치매 환자를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 세계로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앤서니의 관점이 현실이라고 믿다가, 점차 그의 인식이 왜곡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느끼는 당혹감과 혼란은 치매 환자의 가족들이 경험하는 감정과도 연결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관객들을 감정적으로 연루시킴으로써, 치매라는 질병이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얼마나 큰 혼란과 고통을 안겨주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영화의 가장 강렬한 감동은 앤서니가 완전히 취약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때 자신감 넘치고 강인했던 남성이 무력한 어린아이처럼 변해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는 모습은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안소니 홉킨스의 탁월한 연기는 이 장면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며, 그의 얼굴에 드러난 혼란과 공포, 그리고 절망은 관객들에게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간호사가 그를 아이처럼 안아주며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마지막 장면은 단순히 치매라는 질병의 비극을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결국 마주하게 되는 궁극적인 취약성과 의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앤서니처럼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을 잃고, 타인의 돌봄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는 보편적 진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총평
'더 파더'는 치매라는 어려운 주제를 놀라운 창의성과 감수성으로 접근한 걸작입니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자신의 원작 연극을 영화로 각색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관객들이 치매 환자의 혼란스러운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편집, 미술, 연출은 모두 앤서니의 주관적 경험을 표현하는 데 완벽하게 기여하며, 특히 같은 공간이 미묘하게 변화하거나 같은 대화가 다른 맥락에서 반복되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혼란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기법은 단순히 형식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치매 환자가 경험하는 현실의 불연속성과 불확실성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파더'는 치매에 관한 가장 공감적이고 진실된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이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이 질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