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담 맥케이 감독의 '돈 룩 업'은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평범한 천문학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그녀의 교수인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혜성은 약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할 예정이며, 과학적 계산에 따르면 "행성 살상급" 크기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요. 두 과학자는 급히 NASA와 접촉하고, 테드 오글써롭 박사(로브 모건)의 확인을 거쳐 이 발견이 사실임을 입증받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미국 대통령에게 이 위협을 알리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하지만, 정작 대통령 자녀 오를린 제임스(메릴 스트립)와 그녀의 참모장 아들 제이슨(조나 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기다려 보자"는 태도를 취합니다.
좌절한 두 과학자는 직접 언론에 이 소식을 알리기로 결심하고, 인기 모닝쇼인 'The Daily Rip'에 출연합니다. 진행자 브리 에벤티(케이트 블란쳇)와 잭 벤더(타일러 페리)는 가볍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쇼를 이끌어가길 원했지만, 민디 박사가 생방송 중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발하면서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라고 외치는 순간이 온라인에서 밈이 되어 퍼져나갑니다. 한편, 케이트는 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미친 여자 과학자'라는 이미지로 낙인찍혀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얼마 후, 테크 대기업 '바시' CEO인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런스)이 혜성에 희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갑자기 대통령은 혜성 파괴 임무를 승인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셔웰의 영향으로 파괴 임무는 취소되고, 대신 혜성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지구에 안전하게 떨어뜨려 광물을 채취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이 발표됩니다.
이 계획에 반대하는, 민디 박사, 케이트,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은 "위를 봐라(Just Look Up)" 캠페인을 시작하지만, 정부와 바시는 "위를 보지 마라(Don't Look Up)" 캠페인으로 맞서며 혜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합니다. 결국 바시의 계획은 실패하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혜성 충돌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셔웰, 대통령, 그리고 선택된 소수의 부유층은 인공 동면 상태로 다른 행성으로 탈출합니다. 반면 민디 박사는 가족과 함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케이트의 집에 모입니다. 테드 박사, 케이트의 새 남자친구 유울(티머시 샬라메), 그리고 'The Daily Rip'의 벤더까지 함께하며 세상의 종말을 맞이하죠. 영화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강렬한 장면과 함께 모든 것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에는 수천 년 후 바시의 우주선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원시적인 생물체에게 공격받아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게 되죠.
사회적 의미
'돈 룩 업'은 표면적으로는 혜성 충돌이라는 재난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후 변화와 같은 실존하는 위기에 대한 현대 사회의 무관심과 부적절한 대응을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에요.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대응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영화 속 과학자들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함에도 정치인들과 미디어, 그리고 대중이 이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모습은 실제 기후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경고해온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해요. 특히 영화에서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단기적 이익 추구, 미디어의 선정주의와 오락화, 그리고 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영향력은 우리가 지금 직면한 현실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또한 소셜 미디어 시대의 정보 소비 방식과 진실의 상대화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실존하는 위협에 대한 과학적 경고가 어떻게 밈이나 정치적 입장으로 변질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객관적 진실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믿는 "필터 버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위를 봐라"와 "위를 보지 마라" 캠페인의 대립은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과 같은 공중 보건 문제가 어떻게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었는지를 연상시키며, 과학적 합의조차도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치부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특히 민디 박사가 TV 프로그램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장면은 기후 과학자들의 좌절감을 대변하는 강력한 장면으로, 실제로 많은 기후 과학자들이 이 장면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어요.
이 영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습니다. 피터 이셔웰로 대표되는 테크 대기업의 과도한 영향력과 이윤 추구를 위해 행성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모습은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부유층만 탈출선을 타고 도망치는 장면은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그 영향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현실, 즉 "기후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재난 상황에서도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생존의 기회를 얻고, 대다수 일반 시민들은 버려진다는 메시지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나타난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특권층의 안전망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영화는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 앞에서 권력자들이 어떻게 개인적 이익을 위해 집단의 안전을 희생시키는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셈이죠.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복잡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관계와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세상의 종말 앞에서 민디 박사와 케이트,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의 연대와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킵니다. 특히 민디 박사가 "우리에게는 정말로 모든 것이 있었어, 그렇지 않았나요?"라고 말하는 대사는 지구라는 행성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지,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죠. 영화는 결국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인간성과 연대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돈 룩 업'은 단순한 재난 영화나 풍자를 넘어, 현대 사회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총평
솔직히 말해서, '돈 룩 업'은 내가 본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필요한 영화 중 하나였어요. 아담 맥케이 감독은 할리우드 특유의 화려한 재난 영화 공식을 뒤엎고,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냉정하게 까발리는 블랙 코미디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오다가도 문득 "이게 우리 현실이잖아"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어요. 특히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 견해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는 장면들은 마치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기후 위기를 둘러싼 현실 뉴스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씁쓸했죠. 영화의 과장된 설정이 실제로는 그리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충격이자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팅과 연기 면에서는 정말 화려한 앙상블이 돋보였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평범한 과학자에서 미디어 스타로, 그리고 다시 진실을 위해 싸우는 인물로 변화하는 민디 박사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고, 제니퍼 로렌스는 냉소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케이트 캐릭터를 통해 젊은 세대의 좌절감과 분노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오를린 대통령 연기는 정말 탁월했는데, 그녀는 단순한 트럼프 패러디를 넘어서 권력과 자기중심성에 사로잡힌 정치인의 모습을 풍자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 잡아 보여줬어요. 마크 라이런스가 연기한 테크 CEO 이셔웰 역시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로, 겉으로는 차분하고 명상적이지만 내면에는 냉혹한 이기심을 품고 있는 모습을 섬뜩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런 배우들의 앙상블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돈 룩 업'이 완벽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2시간 25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때로는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고, 일부 캐릭터들(특히 조나 힐이 연기한 제이슨 같은)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면이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풍자가 때로는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어서,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기후 위기에 대한 메시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교훈적인 접근은 오히려 일부 관객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들은 영화가 던지는 중요한, 그리고 절박한 메시지 앞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어요. 결국 '돈 룩 업'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위기에 대한 대중문화의 반응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으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맑은 하늘, 깨끗한 물,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특별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를 상기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