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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라리(Ferrari)' 줄거리, 영상미 그리고 총평

by goodinfowebsite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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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줄거리

마이클 만의 '페라리'를 극장에서 봤는데, 솔직히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영화는 1957년 여름, 페라리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엔초 페라리(아담 드라이버)의 4개월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엔초는 50대 후반으로, 40년대 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동차 회사를 창립했지만 영화 속 시점에선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자동차 경주에서의 승리, 특히 이탈리아를 종단하는 가장 위험한 레이스인 '밀레 밀리아'에서 이겨 페라리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엔초의 사업적 문제만큼이나 복잡했던 건 그의 사생활이었다. 아내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그는 애인 릴리(셰일린 우들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숨기며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잃은 아들의 상실감은 여전히 그와 라우라 사이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엔초가 사업과 가족 문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보여준다. 특히 밀레 밀리아 레이스 중 발생한 끔찍한 사고와 그로 인한 여파가 엔초의 인생과 회사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드라이버가 연기한 엔초의 복잡한 심리와 그의 냉철함 속에 숨겨진 취약함이었다. 겉으로는 차갑고 계산적인 사업가지만, 순간순간 드러나는 그의 감정적인 면모가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준다. 또 레이싱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1950년대 자동차 경주의 위험성과 레이서들의 목숨을 걸고 질주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영상미

마이클 만의 영상미는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시각적 스타일이 완벽하게 발휘됐는데, 1950년대 이탈리아를 너무나 생생하게 재현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모데나 거리의 황금빛 햇살과 투스카니 언덕의 푸르른 풍경이 이탈리아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데, 이런 아름다운 배경 위에 붉은 페라리 차량들이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시각적 황홀경이었다. 특히 레이싱 시퀀스는 숨이 멎을 정도로 긴장감 넘쳤다. 카메라가 좁은 시골 도로와 마을을 질주하는 경주용 차들을 따라가는데, 그 속도감과 위험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서 내 손에 땀이 났다.

영화에서 페라리 특유의 붉은색이 시각적 모티프로 계속 등장하는데, 이게 단순한 브랜드 색상을 넘어 열정, 위험, 피의 상징으로 작용하는 것도 좋았다. 레이싱 장면의 화려한 색감과 대비되는 엔초의 사생활 장면들은 조금 더 차분하고 어둡게 처리되어 그의 내적 갈등을 표현하더라. 의상과 세트 디자인도 정말 디테일했는데, 특히 페라리 공장과 작업장의 모습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사실감이 느껴졌다. 엔진 소리, 기어 변속할 때 촉감, 타이어가 도로를 움켜쥐는 느낌까지... 만 감독은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해 레이싱의 매력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솔직히 이런 류의 영화가 좋아서 IMAX로 봤는데, 그 선택이 정말 옳았다고 생각한다.


총평

'페라리'는 단순히 자동차나 레이싱을 좋아하는 사람만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자동차엔 별 관심이 없어서 처음엔 망설였지만, 결국 이건 한 인간의 복잡한 삶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니까. 아담 드라이버가 60대 중반의 엔초를 연기하는 게 조금 의아했는데, 막상 보니 그의 카리스마와 무게감이 역할에 완벽하게 맞았다.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는 정말 압도적이었는데, 아들을 잃은 슬픔과 남편의 배신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장면들은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50년대 레이싱의 잔혹한 현실이었다. 요즘 F1 경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했던 그 시절, 레이서들이 정말 목숨을 걸고 달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 엔초의 야망과 그에 따른 책임 문제를 영화가 진지하게 다루는 점도 좋았다. 다만 영화의 페이스가 중간중간 느려져서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페라리 회사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자동차 디자인 철학 같은 내용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또 엔초가 어떻게 레이서에서 기업가로 변신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좀 더 자세히 나왔다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는 마이클 만의 장인정신이 빛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히트'나 '콜래트럴' 같은 그의 다른 걸작들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 직업적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도 개인적 삶에서는 실패하는 남자의 이야기. 엔초라는 인물을 신화화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의 위대함과 결점을 동시에 보여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엔초 페라리와 그 시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위키피디아를 찾아봤는데, 이건 좋은 전기 영화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극장을 나오면서 친구랑 한참을 영화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페라리' 완벽한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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