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이 터지자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즉각 각국 비상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습니다. 4억 배럴 규모의 역대급 방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유가는 왜 아직도 100달러 위에 있을까요?
4억 배럴, 들어보면 엄청난데
IEA의 발표를 듣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6년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은 약 1억 500만 배럴입니다. 4억 배럴은 전 세계가 불과 4일 쓸 수 있는 양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정상 통행량은 하루 약 2,000만 배럴. 4억 배럴 방출은 이 수준의 약 20일치에 해당합니다.
알 자지라가 인용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축유 방출은 시장의 공황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지만, 호르무즈를 통한 실제 공급 흐름이 복원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파이프라인 우회로는 있나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은 하루 최대 500만 배럴 처리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호르무즈 정상 물동량 2,000만 배럴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카타르산 LNG의 경우 돌핀(Dolphin)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연간 200~220억 ㎥를 처리하는 이 파이프라인에는 여유 용량이 거의 없습니다. LNG 시장은 원유보다 훨씬 대안이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결국 유가를 결정하는 건 외교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봉쇄가 1분기만 지속될 경우 WTI 유가가 배럴당 98달러로 오르고 글로벌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2.9%포인트 낮아질 수 있습니다. 3분기까지 봉쇄가 이어지면 유가는 최대 13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결국 비축유 방출은 임시처방일 뿐, 진짜 해결책은 외교를 통한 해협 재개통입니다.
마무리
지금 유가 100달러는 비축유로 막은 결과입니다. 봉쇄가 계속되면 그 효과도 금세 희석됩니다. 유가의 향방을 보려면 주유소 간판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을 봐야 합니다.